가재미/문태준(낭송 장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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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 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 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음악
When The Love Falls
Yiruma
First Love (The Original & the Very First Recor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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Пікірлер: 16

  • @user-gu8uh4ps2m
    @user-gu8uh4ps2m5 күн бұрын

    현주쌤 시요일에서 다시 만나게 되니 더 반갑습니다 은은한 음성에 잔잔한 감동이 더해집니다 늘 응원합니다!^^

  • @user-vs9ud1vk4o

    @user-vs9ud1vk4o

    5 күн бұрын

    미소가 눈부신 경선쌤님~넘넘 반갑습니다^^ 오늘 두 번이나 뵙네요....ㅎㅎ 응원 감사해요^^ 또 뵙게 될 날 기다립니다^^

  • @chanyunpark4435
    @chanyunpark44359 күн бұрын

    제가 알고 있는 시 맞나요~~ 이렇게 전달해 주시니..한어절한어절 마음에 적셔지네요~~

  • @user-vs9ud1vk4o

    @user-vs9ud1vk4o

    9 күн бұрын

    ㅎㅎ 아이고 반가워라요~선생님~^^ 가끔 오셔서 머물다 갈 수 있는 쉼터가 되었으면^^

  • @아리수별
    @아리수별12 күн бұрын

    정성 가득한 시낭송 너무 좋아요😅

  • @user-vs9ud1vk4o

    @user-vs9ud1vk4o

    12 күн бұрын

    아리수별님~ 응원 덕분에 또 다음시를 준비합니다~ 감사합니다^^

  • @raphael-emotional-travel
    @raphael-emotional-travel12 күн бұрын

    너무 슬프네요. 꺼져가는 생명, 숨소리... 낭송하시는 목소리도 슬픔을 더하네요. 마음 내려놓고 머물다 갑니다. 언제 알림이 울리나 기다렸습니다.^^*

  • @user-vs9ud1vk4o

    @user-vs9ud1vk4o

    12 күн бұрын

    어머나~라파엘님~^^ 기다려주셔서 더 감사합니다. 인문학 콘서트 잘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user-bd7hc4wk1w
    @user-bd7hc4wk1w12 күн бұрын

    아침부터 장맛비가 쏟아지는데 이놈의 가재미는 또 왜 이리 슬픈지ㅠㅠㅠ

  • @user-vs9ud1vk4o

    @user-vs9ud1vk4o

    12 күн бұрын

    원장님~슬퍼서 화나셨지요? ㅎㅎ 아버지 생각에 더 슬펐나 봅니다. 오늘도 화이팅~^^

  • @user-ri2yr3yg8e
    @user-ri2yr3yg8e11 күн бұрын

    너무 슬퍼서...... 연인이나 부부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어머니의 사랑인가봅니다 흠😑 슬픕니다

  • @user-vs9ud1vk4o

    @user-vs9ud1vk4o

    11 күн бұрын

    슬퍼서 아름다운 시... 그 장면들이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문태준 시인과 가족처럼 지냈던 큰어머님 이야기라고 합니다.

  • @dksrmstlr
    @dksrmstlr12 күн бұрын

    참 애틋한 낭송이십니다~~ 시속의 시인의 마음을 헤아린 듯 잔잔하고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를 주시네요~~ 마른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십니다~~~ 덕분에 좋은 시, 좋은 낭송 잘 들었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 @user-vs9ud1vk4o

    @user-vs9ud1vk4o

    12 күн бұрын

    늘 한편의 시로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십시오^^

  • @user-zzindigim
    @user-zzindigim12 күн бұрын

    아마 그 해의 최고의 시로 뽑혔었을걸요. 여윽시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까지 자식을 위해 내놓는 어머니의 사랑에 아침이 먹먹합니다

  • @user-vs9ud1vk4o

    @user-vs9ud1vk4o

    12 күн бұрын

    맞아요.... 문인들이 2004년 문예지에 발표된 시 중 가장 좋은 시로 뽑힌 시. 우리 모두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문태준 시인의 '그녀'는 가족처럼 함께 했던 큰어머니 라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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