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수업 신규 회원으로
중년의 한 남성분이 오셨다.
나도 경력이 짧지만은 않은데
여태 만나 본 회원님들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몸이 뻣뻣하고
발차기는 물론, 킥판잡고 얼굴조차
물 밖으로 내밀지 못하는 분이셨다.
그런데 하루도 안 빠지고 너무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토요일 자유수영도
우리 센터는 예약제여서 타임별로 끊어야 하는데
혼자 두 타임씩 끊어서
정말 열심히 연습을 하셨다.
어느 날, 낮에 전화가 한통 왔는데
이 회원님이셨다.
몇 년 전에 뇌 척수염 판정을 받아
왼쪽 다리를 마음대로 못 움직이는데
발차기가 너무 안돼서 답답하다고
상담을 원하셨다.
오기가 생겼다.
일단 뇌 척수염에 대해 공부를 하고
힘은 있기 때문에 오리발부터 신겨
띄우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워낙 특이 케이스라 수영 교본이나
지도안은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개인 맞춤으로
이 회원님의 중심이 어떤 자세를 잡았을 때
제일 잘 뜨고 편한지를 계속해서 찾았다.
그리고 힘을 빼도 중심을 잃지 않게 축을 만드는
연습을 하며 축을 기준으로 회전했을 때
어떤 얼굴 각도로 나와야 편하게 호흡할 수 있는지를 찾고
팔의 가동 범위 또한 어떻게 나와야 제일 편한지를 찾았다.
토요일에도 개인레슨 할 때 옆에서
연습하고 계시면 계속 한마디씩
피드백 해주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까..
오늘 드디어 킥판잡고 자유형 25미터를 완주했다.
남들이 보면 킥판 잡고 오리발 신고
자유형 한 거지만
처음에 혼자 노력부터 해보고
피드백을 구한 것과 비교적 늦은 나이임에도
극복을 하려는 도전 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반성하게 되었다.
물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다리를 쩔뚝이시지만
물 안에서는 날아다니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열심히 노력해서
보조 기구 없이 자유형 25미터
완주를 하는 날!
저녁반 회원님들에게
치킨을 크게 한 턱 낼 생각이다.
“여러분, 늦지 않았습니다!“
”뭐든 도전하세요!”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베풀기를 좋아해
돈 모으기는 늦은 것 같네요.....
수영 강사 하기를 참 잘한 것 같다.
설레어서 잠이 안 오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