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도 한없이 새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매 순간 가슴 밭에 자유와 평온을 키워내는 농부 | 자연의 철학자들 24부 '호미를 씻고, 기다림' (KBS 220902 방송)

Ойын-сауық

내츄럴 휴먼 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 24회 '호미를 씻고, 기다림' 2022년 9월 2일 방송
■ 농사가 시더라
전북 부안군 변산면에 위치한 해변마을 ‘모항’. 햇살도 짠 내가 난다는 이곳에서 줄곧 뿌리를 내려온 박형진(65) 씨. 그의 가슴 밭엔 ‘유기농’과 ‘시’라는 인생의 심지가 심어져있다. 그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길을 따라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농사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줄곧 그는 유기농 농사를 고집해왔다. 그럴수록 땅은 비옥해졌다. 하지만 현실은 더욱 척박했다. 그래서 척박한 삶의 텃밭에 부지런히 시의 씨앗을 뿌리고 가꿔왔다. 1992년 시 ‘봄 편지 외 6편’으로 등단해 이미 다섯 권의 시집을 낸 농부 시인. 농부로서 희로애락과 고향 부안의 아름다운 자연이 고스란히 담긴 시집 [바구니 속 감자 싹은 시들어가고], [밥값도 못하면서 무슨 짓이람], [다시 들판에 서서] [콩밭에서], [내 왼쪽 가슴 속의 밭]. 가난한 농사꾼이 겪는 애환과 그 과정 속에서 복받쳐 오르는 마음을 농사짓는 틈틈이 시로 써내려갔다.
그는 25년 동안 대안학교 ‘변산 공동체’를 운영하며 학생들에게도 농사를 가르치기도 했던 박형진 씨. 자연에 순응하며 농사를 짓고 시를 짓는 그에게 한여름 백중(百中)은 어린아이처럼 즐거워지는 절기다. 논밭에 곡식이 가득 들어차 더 이상 사람이 할 일이 없다는 백중이 되면 그는 정성껏 호미를 씻어 걸어두고, 자유로이 망중한을 즐긴다.
■ 호미를 씻고 기다리다
남의 동네라도 논 한 필지 내 것으로 가져보고 싶었다는 박형진 씨. 마침내 꿈에 그리던 논밭에서 얼떨떨한 감정으로 첫 수확을 했던 기억이 엊그제만 같다. 그는 지금 각각 4,000㎡나 되는 논밭을 일구느라 허리 펼 새가 없다. 이 모든 게 과분하기만 하다는 박형진 씨. 그는 농민운동을 하다 자연스럽게 유기농으로 옮겨갔다. ‘흙과 물을 살리는 일이 곧 나를 살리고 이웃을 살리는 일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야말로 농부의 소임이다.‘ 라며 그는 너른 논밭을 유기농법으로 고집하고 있다. 논에 우렁이를 풀어 제초하고 쉼 없는 호미질로 흙의 생명력을 키우고 있다. 풀의 생태나 작물의 생리를 잘 알게 되면 죽자 살자 약을 치며 풀과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된단다. 유기농을 하면서 숨통이 트인다는 박형진 씨. 부지런한 집 호미는 결코 녹슬지 않는다는 말을 입증하듯, 그는 오늘도 호미의 날을 벼린다.
■ 바다에서 캐는 휴식
바쁜 농번기가 지나고 백중에 집 앞 바다로 나가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박형진 씨. 물때에 맞춰 드러난 갯벌은 그에겐 또 다른 텃밭이자 휴식처나 다름없다. 호미로 잠시 동안 갯벌을 일구기만 하면 숨어있던 바지락과 고동을 한 바구니나 수확한다고 하니, 이보다 넉넉한 텃밭이 없단다. 바다가 허락한 시간에 온전히 몰입해 묵직해진 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박형진 씨.
신나게 캐 온 고동과 조개를 삶아 고향 선배들과 막걸리를 함께 하는 백중 망중한이 즐겁기만 하다. 농부에게 쉬어가는 시간도 자연이 내어준 것이다. 호미를 들고 나가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땀을 식히고, 한여름 뙤약볕 아래 논밭에 난 풀을 뽑는 고된 노동을 장맛비가 잠시 쉬어가게 한다. 자신 또한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의 시계에 순응한다는 박형진 씨. 그렇게 순간순간의 평온을 유지하며 자연을 닮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 게으르게나마 멈추지 마라
땅을 붙들고 살던 농사꾼 박형진 씨가 뜨거운 지열이 올라오는 여름 길을 걷는다. 배낭 하나에 의지한 채 오직 두 발로만 걸어온 거리가 4년 동안 약 2,500km. 고향 부안에서 출발해 총 열 차례에 걸쳐 70여 일을 걷고 또 걸었다. 그가 고행과도 같은 도보여행을 하게 된 계기는 누이의 죽음이었다. 누이의 묘에 맨발로 가 닿겠다는 서원을 세운 후, 10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걸어서 국토 순례를 시작했다. 굳이 무언가 얻겠다고 떠난 길은 아니었다. 그저 농사에 메인 채 삶을 끝내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그를 낯선 길로 이끌었다. 고독하지만 한없이 자유로운 도보여행. 그것을 통해 그도 더 자유로워졌다. 농부도 한없이 새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시를 통해 그리고 도보여행을 통해 확인했다. 이제 마지막 여정을 앞둔 박형진 씨. 새벽길을 묵묵히 걸으며 스스로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지금 어느 길을 걷고 있는가?
#자연의철학자들 #농사 #호미

Пікірлер: 24

  • @kschoi7337
    @kschoi7337 Жыл бұрын

    이런 분이 선인입니다. 진정한 시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user-ox4ns9lw1q
    @user-ox4ns9lw1q Жыл бұрын

    농부님의 선한인상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 @sungheekim1683
    @sungheekim1683 Жыл бұрын

    대단한 농부이십니다 존경받아야 할 위인이십니다 사랑합니다~^-^

  • @wordhouseseon9843
    @wordhouseseon9843 Жыл бұрын

    아름답습니다.

  • @user-lw2xi8xs3w
    @user-lw2xi8xs3w Жыл бұрын

    너무나 아름다운 농부의 모습입니다~^^ 늘~~두분 행복한 시간보내시길~~

  • @user-rb1fq4jc8f
    @user-rb1fq4jc8f Жыл бұрын

    닮고 싶은 삶이네요. 정말 존경합니다

  • @misunchun1382
    @misunchun1382 Жыл бұрын

    멋진 분!

  • @user-uo4ck9es9w
    @user-uo4ck9es9w Жыл бұрын

    아름답습니다. 건강하세요

  • @user-bg2dz8ll3s
    @user-bg2dz8ll3s Жыл бұрын

    눈물나게 아름다운 농부님이세요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주셔서 …

  • @user-qz5oo3th6g
    @user-qz5oo3th6g Жыл бұрын

    말씀마다 다 맞습니다

  • @user-wi9ym2eu3k
    @user-wi9ym2eu3k Жыл бұрын

    정말 존경심이 듭니다~~ 요즘 물질문명속에서 이런 철학적으로 사시는 시인농부님 멋지십니다~~ 한국의 자랑이십니다 요즘의 세태는 남의 험만 들여다보고 자신의 험은 감추는 세태에서 머리가 아프다가 신선한 공기가 코로 쏴하고 들어오는 느낌~~ 정말 힐링의 시간입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주님의 축복 가득하세요~~♥

  • @user-nk2pk8xe1m
    @user-nk2pk8xe1m Жыл бұрын

    두분의 선한모습이 저에게 영향력을 주네요 노후에 어떻게살까를 깨우치게해주시니 너무 아름답습니다 ^^

  • @user-bg5tl5kb1i
    @user-bg5tl5kb1i Жыл бұрын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에 그 어느 것 하나 위배되지 않는 삶. 고요하고 맑고 깨끗하신 두분께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지향해 온 순수한 삶의 모습을 사시니 그저 부럽습니다. 추석 명절도 건강속에서 여여하세요_()_.

  • @user-sr7xm4di5n

    @user-sr7xm4di5n

    Жыл бұрын

    님이 착각하시는 게 있는데요. 자연에 순응하기만 하고 자연에 그 어느 것 하나 위배되지 않는 삶을 사시고 싶다면 병이 나도 고치면 안됩니다. 질병도 자연의 일부이니까요. 자연의 일부인 질병에 위배되는 행위가 바로 인간의 의술이거든요.

  • @user-bg5tl5kb1i

    @user-bg5tl5kb1i

    Жыл бұрын

    @@user-sr7xm4di5n 좋은 말씀이시네요. 10대부터 저는 짧고 굵은 삶을 지향해 왔고, 60년 세월동안 단 한번도 일부러 종합건강검진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해마다 검진을 하고 이상여부에 따라 수술을 해가면서 생명을 연장하기보다는 주어진 소명대로 살다 가겠다는 거지요. 건강한 의식과 단정한 삶을 살기 위해 순간순간마다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구요. 주신 답글로 한번 더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게 됐네요. 감사드립니다.

  • @user-jw4kx6sn6h
    @user-jw4kx6sn6h Жыл бұрын

    잘보았네요♡

  • @ht30
    @ht30 Жыл бұрын

    크.. 계곡이 집 옆에 있다니 부럽네요.

  • @user-tc2wm7mg7f
    @user-tc2wm7mg7f7 ай бұрын

    가장 착하게 사는방법~자연을 살리는 농사 저도 지금 작은텃밭으로 연습중이랍니다 아이들 뒷바라지 끝나면 온전히 자연속에서 농부로 살려구요

  • @nkchoi8270
    @nkchoi8270 Жыл бұрын

    체력도 좋으시네... 백중이 지났다 해도 아직 더운데 부안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어서 왕복....

  • @user-op4ey2ys3l
    @user-op4ey2ys3l Жыл бұрын

    부창부수,,,,욕심을 자기 그릇70%많큼 부리다 ,,,넘치면 성공한인생,,, 저는 부여사람..

  • @user-xt7ze7nm7w
    @user-xt7ze7nm7w Жыл бұрын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저렇게 유기농을 하며 먹고살 수 있는게 화학비료와 농약의 덕택입니다. 화학비료없이 퇴비로만 농사지으면 전세계 80억 중 30억명 밖에 못먹고 삽니다. 더구나 농약은 제외하는 것. 지금 싸고 풍족한 먹거리의 대부분 중국산인데 비료는 미국의 2.4배 농약은 그 이상 살포해서 수확하는 걸 우리가 수입해서 먹고사는 겁니다.

  • @user-hb9ck6wr1q
    @user-hb9ck6wr1q Жыл бұрын

  • @snlisthebest-hj2bf
    @snlisthebest-hj2bf Жыл бұрын

    닮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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