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클래식의 스핀오프 컨텐츠 '6분 새문학'
따끈하고 핫한 신간 소설을 6분 안에 읽어보세요!
오늘 소개해드린 윤고은 작가의 『불타는 작품』은 작가의 아홉 번째 책이자 다섯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200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2008년 『무증력증후군』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1인용 식탁』 등의 소설집을 통해 2000년대 한국사회의 단자화된 삶을 형상화하고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세태를 날카롭게 포착해 보여준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2013년에 펴낸 『밤의 여행자들』이 2021년 영국 추리작가협회(CWA)에서 주관하는 '대거상(The CWA Dagger)'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번 독자들의 큰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이면에 주목하면서 스릴러 등의 장르적 문법을 활용해 서사적 동력을 확보하는 방식은 이제 윤고은 스타일이라고 명명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특히 그러한 이야기 중간중간에 드러나는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태도는 긴 여운을 남기게도 합니다.
『불타는 작품』은 우연히 찍히게 된 사진 하나가 엄청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사진은 사진가가 아니라 ‘로버트’라는 이름의 개가 촬영한 것이었습니다. 인지 능력이 상당한 ‘로버트’는 유명세를 탄 사진 덕에 한 재력가를 만나고 자신이 직접 예술 후원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 후원에 우연히 간택된 미술가 ‘안이지’는 한국에서의 불행, 불운한 예술가로서의 삶을 정리하고 과감히 ‘로버트’의 재단, 미국으로 향합니다. 독특한 것은 예술 지원에 대한 조건이었습니다. 무엇을 해도 좋고, 충분한 지원을 할 테니 완성된 작품 중 하나는 ‘로버트’의 선택에 의해 소각된다는 것이었죠. 자신에게 주어진 어마어마한 환대와 지원에 ‘안이지’는 어리둥절하면서 무언가 그럴듯한 것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에 엄청난 부담을 느낍니다. 이후 소설의 후반부는 ‘안이지’가 만들어낸 작품과 예정된 소각에 관한 에피소드로 채워지고요.
소설의 설정이 독특하고 전개가 흥미진진해서 순식간에 읽힐 것처럼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실제 작품은 여러 번 멈추고, 고민하게 할 만큼 묵직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그것은 예술, 예술가의 운명에 관한 것입니다. 만약 완성된 작품 중 하나를 불태우겠다는 조건으로 상상할 수 없었던 인적·물적 지원을 받게 해준다면 여러분은 수락하시겠습니까. 누구나 천재적인 예술 포장과 평단의 권위에 기댄 채 ‘팔리는’ 작품들, 작품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할 때 오히려 열광하는 사람들 등은 더이상 낯선 것이 아닙니다. 이제 어떤 예술가들은 소설 속 ‘안이지’처럼 자신의 영감이나 구상, 작업 과정 등을 모조리 실시간으로 공유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하니까요.
오늘날 ‘예술’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그리고 한 작품의 원본, 오리지널리티, ‘진짜’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윤고은 작가가 만들어낸 이 흥미로운 세계 속에서 예술의 조건에 관해 다양한 상상을 펼쳐보셨으면 합니다.
낭독 및 내레이션 │김성현, 장윤실 배우
평론 │노태훈 문학평론가
일러스트레이터 │이나헌 작가
『불타는 작품』을 교보문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