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의 사상과 철학이 집약된 경이로운 걸작 │6분 안에 듣는 고전문학 [6분 클래식]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의 작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는 1828년 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태어나 1852년부터 소설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합니다. 이후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 불후의 명작들을 차례로 써내려 가는데요. 우리가 지금 문학적 유산으로 칭송하고 있는 근현대소설의 첫 걸음이 톨스토이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사랑과 믿음에 관한 집요하고도 적확한 묘사는 한 사람의 작가가 펼쳐 보일 수 있는 최대치의 사유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갔던 거장 톨스토이는 1910년에 숨을 거두게 되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린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그가 1886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주인공 이반 일리치 골로빈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의 첫 장에서 이반 일리치의 부고와 장례식 풍경 등이 묘사되고 2장은 “이반 일리치가 지나온 인생사는 가장 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가장 끔찍한 것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는 “마흔다섯 살에 죽었고, 고등 법원 판사였다”는 건조한 문장이 이어지고요. 이후의 이야기는 그가 고위 관료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성실하고 모범적인 태도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결혼과 사회적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어느 정도의 운과 그가 지닌 특유의 노력으로 인해 이반 일리치는 상류 사회에 잘 진입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조금씩 몸에 이상을 느끼던 그는 명확한 원인과 치료법을 찾지 못한 채 점점 쇠약해져 갑니다. 자신이 그간 노력해왔던 모든 것들이 병세로 인해 무너져가고 누구보다 성실하고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는 그는 임박하고 있는 죽음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특히 가족을 포함한 누구도 그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고 이반 일리치 역시 누구에게도 마음을 온전히 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그는 정신적으로도 병들어 갑니다.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는 간병인 ‘게라심’의 존재는 그를 더욱 서글프고 외롭게 만들고 결국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일종의 각성을 경험하면서 임종을 맞이하게 됩니다.
우선은 이 소설이 이반 일리치의 삶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점에 주목해보면 어떨까요. 앞서 말씀드렸듯 이 소설은 이반 일리치가 죽었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후는 대체로 이반 일리치의 삶을 시간순으로 따라가고 있고요. 즉 소설의 제목이나 구성에서부터 이미 삶보다 죽음이 앞서 있는 것이죠. 특히 1장에서 그려지는 죽음 이후의 풍경들, 이를테면 장례식과 조문 과정에서도 그의 죽음으로 인한 인사 이동이나 저녁에 있을 카드 게임에만 관심이 있는 동료의 모습 같은 것은 죽음이 얼마나 허무하고 보잘것없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평범하다고 여기는 죽음이 평범하지 않고,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죽음도 그리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이반 일리치는 몸부림치며 부정하고 있지만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절대명제는 인간의 보편성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죠.
아마도 작가 톨스토이만큼 ‘인간’에 대해 고민하고 또 그것을 직접 실천하려 했던 소설가, 사상가는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혹시 이 거장의 방대한 작품 세계가 부담스러웠던 분들이라면 『이반 일리치의 죽음』처럼 그가 남긴 중단편으로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낭독 및 내레이션 │김성현, 장윤실 배우
평론 │노태훈 문학평론가
일러스트레이터 │이나헌 작가

Пікірлер: 25

  • @plmqaz1836
    @plmqaz1836Күн бұрын

    고전을 요약해서 읽어주는거 너무 좋습니다.

  • @user-uw5rv7cn4v
    @user-uw5rv7cn4v4 ай бұрын

    이반의 죽음을 통해 삶을 생각하게 하네요 철학적인 부분을 쉽게 풀어 줘서 좋았습니다~~

  • @user-cv7mc5mp3r
    @user-cv7mc5mp3r4 ай бұрын

    레오 톨스토이는 인간의 심연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는 거 같아요

  • @hyunsu987
    @hyunsu9877 күн бұрын

    고전에서 오는 깊이는 세월이 흘러도 탁월하네요. 톨스토이 작품에 대해 알고 싶어지는 콘텐츠 감사합니다.

  • @kty7051
    @kty705114 күн бұрын

    감명깊게 읽은 책입니다. 다시 정리된 영상을 보니 더욱 새롭네요.

  • @frankkim6540
    @frankkim6540Күн бұрын

    누구나 한 번쯤 읽어야 할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 @amalfycoast5166
    @amalfycoast51665 күн бұрын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보게 하는 영상이네요

  • @user-pf7yw7nl2j
    @user-pf7yw7nl2jКүн бұрын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책도 읽어 보고 싶어졌어요!

  • @missy4517
    @missy45174 ай бұрын

    불행은 예상치 못한것에서 순간에 찾아오는거같다

  • @user-wk7zs8pg8n
    @user-wk7zs8pg8n14 күн бұрын

    유익한 내용입니다!

  • @joonghyunshin2647
    @joonghyunshin26475 күн бұрын

    6분 클래식 컨텐츠 추천합니다~

  • @user-ct4ny7bn7l
    @user-ct4ny7bn7l16 күн бұрын

    6분클래식 컨텐츠 좋네요. 책에 대한 관심이 생깁니다.

  • @user-rf9xn3ej3t
    @user-rf9xn3ej3t16 күн бұрын

    죽음을 마주함으로 인한 나 자신과의 진솔한 대화를 담은 책

  • @user-gr8yd5om6w
    @user-gr8yd5om6w4 ай бұрын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하는 고전이군요 어려운 주제를 그림과 함께 봐서 이해가 잘 되었어요 죽음을 검은주머니에서 빛으로 표현한거 같네요~검은주머니가 유독 인상적인 이미지로 남아요

  • @saein70
    @saein7015 күн бұрын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는 명작의 힘..

  • @user-wd8yu4bx1f
    @user-wd8yu4bx1f6 күн бұрын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명작입니다~

  • @cne05114
    @cne051143 ай бұрын

    6분만에는 도저히 이반 일리치의 감정과 친구, 가족들의 기만을 담을 수 없었습니다. 꼭 읽어 보시길 바래요..

  • @user-qp3cf5eo2e
    @user-qp3cf5eo2e9 күн бұрын

    읽어보고 싶네요❤

  • @what7222
    @what72223 күн бұрын

    고전문학이 이어져오는 이유가 있다

  • @user-de3ew1vw9g
    @user-de3ew1vw9gАй бұрын

    죽음을 앞둔 이의 심리묘사도 사실적이지만 죽은 이를 주변에 둔 우리들의 모습도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예를 들어 남의 장례식장에 누군가의 죽음에 애도하려 방문하기보다는 그냥 도의적으로 간 것이지 그 사람의 애도에는 실제로는 별 관심 없는 이도 있고 눈치 없이 장난끼 가득한 이도 있고 뭐 죽었는데 어쩌겠냐 식의 이도 있고 그런 인물들 말이죠

  • @user-un2qd5ms4n
    @user-un2qd5ms4nАй бұрын

    열린책들 번역이 제일 낫습니다. 특히 해설이 최고입니다

  • @user_rhtyui33853
    @user_rhtyui3385310 күн бұрын

    고전문학 안에서의 인생 이야기

  • @user-fm2bb5up9p
    @user-fm2bb5up9p2 күн бұрын

    추천합니다

  • @user-tl6wd8bo4d
    @user-tl6wd8bo4d13 күн бұрын

    불안과 불행에 대하여

  • @user-qo3jx4yr5e
    @user-qo3jx4yr5e3 ай бұрын

    불쌍한 이반 일리치 마누라도 자식도 친구도 다 부질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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