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 어머니의 가을 선물
■ 계룡산 자락, 그곳에 어머니가 계신다
계룡산 안자락에 자리한 마을 ‘사기장골’, 그곳에 신덕순(84) 어머니가 계신다.
어머니는 열아홉의 나이에 꽃가마 타고 시집와, 이곳에서 7남매를 낳고 평생을 사셨다.
자식들이 모두 출가했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새벽부터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어머니가 더욱 바삐 움직이는 이 계절 가을걷이로 거둬들인 작물을 정리해 손질하고, 나물도 마당에다 말려두었다.
흐르는 시간을 고이 붙들고 있는 고향집, 오늘도 어머니는 대문을 바라보며 자식들을 기다린다.
■ 어머니의 집은 ‘7남매의 주말농장’
16살에 고향을 떠나 도시생활을 했던 큰아들 김생환(61)씨는 정년퇴직 후 고향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2009년부터 8년째 ‘5도2촌’ 생활을 하며 주말농사를 짓고 있는 큰아들 김생환씨
나머지 형제들 또한 순번을 정해놓지 않아도 수시로 어머니의 집을 찾아 일손을 거든다.
그런 자식들을 돌려보낼 때마다 어머니는 말려놓은 나물이며 장아찌, 마 등을 꺼내 한 보따리씩 챙겨주신다.
■ ‘어머니의 시계’는 늘 ‘자식’에게 ‘초침’이 맞춰져 있다
어머니 신덕순(84)씨는 매일 새벽 장독대 앞에서 치성을 드린다.
변함없이 자식들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어머니의 기도...
자식의 환갑까지 지켜보는 나이가 됐는데도 자식걱정은 놓아지지가 않는다.
부모 욕심이라지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고 여전히 걱정스럽다.
이런 마음을 알기에 7남매는 수시로 어머니의 품으로 찾아든다.
■ 어머니의 추수감사제
어머니는 매년 10월 초사흗날 ‘하늘제사’라 하는 별도의 추수감사제를 지낸다.
제가 있던 날, 7남매 중 4남매가 어머니의 댁을 찾았다.
남아있는 농작물을 함께 수확하고 온 가족 잔치 음식인 두부를 만들며 어머니의 집은 주말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어머니의 울타리 안에서 얻은 위안과 위로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7남매
가을의 끝자락, 가족들은 오늘도 어머니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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